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옛날보다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런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왜 그런 거죠?"

 

안 해서라면 모를까, 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수험생에게 있어 정말 답답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원래 실력은 바로 느는 것이 아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내자면, 원래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실력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번에 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내가 투자한 시간에 정비례하게 실력이 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예를 들면, 1시간 공부하면 1시간만큼, 3시간 공부하면 3시간만큼, 10시간 공부하면 10시간만큼의 즉각적인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력은 계단처럼 상승한다. 특히 어학을 공부할 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실력은 이전 상태와 동일하게 정체되어 있다가 어느 한 순간 다음 단계로 레벨업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 첫 번째 계단에서 다음 계단으로 넘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더 긍정적으로는 첫 번째 계단의 끝에 다달았다고 생각하고, 계단을 넘을 때까지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위 이야기는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실제로 저것 외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제부터 팩폭을 하나하나 적어보려고 한다.

 

 

 

기초가 없다면 기초부터 쌓자

먼저, 자신이 기초가 없는데 당장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일례로, 내가 과외를 했던 한 학생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수학이 30점대였다. 본인도 수학을 싫어했고 포기했지만, 학부모님의 부탁으로 수학 과외를 시작하게 됐다.

이 학생이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무작정 고1 수학책을 붙잡고 열심히만 공부하면 되는 걸까?

아무리 고1 수학을 열심히, 오랜 시간 붙잡고 있어도 수학 실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기초가 없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오랜 시간 동안 수학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중학교 수학부터 학습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1 수학책을 넣어버리고 과감하게 중2 수학책부터 폈다. (중1 수학부터 하면 너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2부터 했다.)

그리고 중2, 중3 수학의 기초 개념들을 가르쳤다. 개념을 익힌 후에는 개념의 이해도만 체크할 수 있는 쉬운 계산 문제들만 풀었다. 어차피 고1 수학에서 직접적으로 중학교 수학 내용을 물어보지는 않기 때문에, 개념만 이해하면 넘어가도 된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중2-3 수학을 마친 뒤, 고1 수학을 공부했다.

그 결과 과외를 한 지 6개월이 좀 지났을까? 수학 성적이 50점이 올라 80점대가 되었다. 학생도 놀랐고 학부모님도 놀랐고 솔직히 나도 놀랐다 ^^;;

이후에는 자신감도 얻더니 어느 정도 수학에 대한 감도 가지게 되어 많이 뿌듯해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등학생이 되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면, 영어, 수학과 같은 과목은 어느 정도 기초가 갖추어져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고, 기초가 없다면 빠르게 이전 학년의 내용을 훑어보기를 권장한다.

(국어, 사회, 과학과 같은 과목은 크게 상관없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게, 오래 앉아 있었다는 것은 아니겠지?

고등학생이 되면 자연스레 공부시간이 늘어난다. 어떻게 보면 공부라는 건 하나의 일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집중력 높은 공부를 위해 독서실이나 도서관, 스터디카페를 다니며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혹시 친구랑 같이 다니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친구랑 같이 다닌다면, 단언컨대, 따로 다녀길. 그게 친구와 본인 모두에게 유익한 길이다.

 

공부시간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혹은 어떤 공부를 위한 장소(도서관, 독서실 등)에 가면 '오늘 나는 열심히 공부했어'라고 생각한다.

속사정을 보면 책상에 앉아 휴대폰을 본 시간도 많고, 머리를 식힌다는 이유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간식을 사먹으며 흘려 보내는 시간도 많다.

 

예를 들어볼까?

고3 수험생인 수능이는 학교가 마치자마자 친구 모평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 열람실로 향한다. 열람실에 자리를 잡은 뒤 문제집을 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핸드폰을 들었다놨다 하며 문제집을 본다. 친구들의 카톡에 답장해주거나 인터넷 기사를 읽어본다.

그렇게 3시간 정도 지났을까. 슬슬 배가 고프다. 친구 모평이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도서관 앞 식당에서 돈까스와 볶음밥을 시키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이 좋게 나눠 먹는다.

1시간 후 다시 도서관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30분 정도 지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책상에 엎드려 인터넷강의를 듣는다.

그렇게 2시간 후, 너무 졸리고 집중이 안 된다. 그런데 건녀편의 모평이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눈이 마주쳤다.

같이 잠깐 공기를 쐬자며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도서관 옆 카페에서 잠을 깨기 위한 커피를 마신다. 물론 테이크아웃은 아니고 카페에 앉아 적당히 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온다. 조금 집중해 공부하다 보니 열람실 마감시간이다. 모평이와 함께 귀가한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침대에 누워 오늘 공부하느라 참았던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 시청을 마저 한다. 1시가 됐다. 이제 자야지. 오늘도 하루종일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었어.

 

혹시 이런 학생들이 있을까? 코로나 시국이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위에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자신의 공부시간에 대해 다시 계산해볼 것.

요지는, 실제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은 몇 시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진짜 하고 싶었던 것, 예를 들면 친구들과 카페, PC방에 가거나 잠을 자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자제한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을 자신이 희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해, 투자(했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이 늘지 않는 것이다.

 

 

 

너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서

특히나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학년 초, 특히 고3 3월 모의고사를 봤을 때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분명히 '고3 때는 달라지리라'는 각오로 겨울방학을 공부와 함께 보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은 것들도 참아가며 말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모든 고3 수험생들이 다 그렇게 보냈다.

내가 원래보다 열심히 할 정도라면 무언가 외부적인 압박이 있었겠지. 예를 들면 수능 D-365와 같은.

그런 외부적인 요인은 나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전국의 수험생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니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남들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늘지?'라는 생각에 부딪쳤을 때, 누군가는 결국 초심을 잃고 무너지게 된다.

결국 지구력, 인내력 싸움이다. 성과를, 결과를 얻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공부는 선생님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

그래도 공부법 카테고리의 글이니까 공부법에 대해 조금 적어보자면, 자신의 공부법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학생들은 인강이든 현강이든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데 그치는 경우가 있다.

 

또 예를 들어보자.

40강으로 구성된 사회탐구 인터넷 강의가 있다고 해보자. 수능이는 40시간 동안 이 인강을 들었다.

그런데 딱히 이 과목 공부를 하지 않은 모평이와 점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이 인강은 전교 1등인 일등이도 들을 만큼 일타 강의라고 하는데. 그래서 꾸역꾸역 참으며 끝까지 완강했는데. 뭐가 문제지?

 

우리가 어떤 새로운 내용을 듣고 이해하게 되면 그 지식은 내 머리 표면에 자리잡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그 지식이 내 것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지식은 내가 '이해'한 것이지 '암기'하거나 '숙달'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버린다.

수학, 영어와 같은 이해 기반 과목도, 사회, 과학과 같은 다소 암기적인 과목도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떤 수업을 들었다면, 그 이후에 혼자서 새로 배운 내용을 곱씹어보며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학이라면 문제를 풀어봐야 할 것이고, 영어 문법이라면 어느 정도 외우고 적용시켜 봐야 하며, 암기 과목이라면 책을 덮고 외웠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마치며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가혹한 입시 전쟁이 있는 것은 사실 같다.

그렇기 때문에 늘 입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안타까운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비해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많은 학생들이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휴식도 취하면서 공부할 때는 제대로 하는 게 건강한 공부법이 아닐까?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부법을 통해 험난한 수험 생활 끝에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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