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상담 받기

나는 원래 약간의 돌출입과 함께 삐뚤빼뚤한 치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치과에 가면 교정을 하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ㅜㅜ
하지만 그냥 동네 아무 치과나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너무 비싼 금액과 함께 발치까지 하는 큰 규모(당시에는 그렇게 느껴졌다)에 교정을 미뤄왔었다.

그러다가 재작년 어찌저찌하여 치아 교정을 하게 되었다.
두 군데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병원 A: 하악은 비교적 치열이 고르기 때문에 상악 투명교정만 하자. 예상 기간은 6개월 ~ 1년.
병원 B: 앞니가 앞뒤로 통통해서 아랫니와 자꾸 부딪친다. 그래서 앞니는 점점 나오고 아랫니는 들어가고 있는 것. 그리고 살짝 돌출입이기 때문에 비발치로 위아래 모두 교정하자. 예상 기간은 1년 반.
 
나는 돌출입으로 인해 상하악 모두 하고 싶어 병원B에서 교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뭔가 세부적인 원인 분석이 더 마음에 들었다.
치아 교정은 적어도 두세 군데는 상담 받아보고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굳이 비싼 병원을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 받아서 가자. (내가 간 곳은 다른 내과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고모가 추천해준 곳이긴 했다)
 

 

투명교정 vs 클리피씨

(1) 투명교정의 장점: 탈착이 가능하며 착용 시에도 티가 많이 안 난다
병원 B에서도 투명교정이냐 클리피씨냐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는 코로나 사태 전이라 철사가 둘러진 이가 굉장히 민망할 거 같아서 투명교정도 쪼금 고려하긴 했다.
 
(2) 투명교정의 단점: 탈착으로 인해 교정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관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투명교정은 음식을 먹고 바로 양치를 해야 한다. 물 외에는 음료도 못 마신다.
음식을 먹을 때는 빼야 하고, 음식을 먹은 뒤에는 양치 후에 다시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지런함이 없으면 교정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같이 일하는 동료분이 투명교정 하는 걸 지켜봤는데 너무 불편해보였기 때문에, 매일 커피를 마시는 나는 도저히 못 할 거 같았다.
 
(3) 클리피씨의 장점: 관리가 편하고 교정속도도 빠른 편이다.
그에 비해 클리피씨는 그냥 24시간 끼고 있으면 된다. (사실 뺄 수도 없다)
음식 먹고 끼는 게 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양치를 당장 안 해도 큰 상관이 없다.
그리고 탈착을 안 하니 투명교정보다 교정 속도도 좀 더 빠른 편이다.4
 
(4) 클리피씨의 단점1: 보기에 좀 흉하다
아무래도 이마다 철사가 붙어 있으니 좀 흉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마스크 시대라서 이것도 어느 정도 스킵할 수 있는 단점이다.
그리고 혹여나 결혼과 같은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뗐다가 붙이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는 지인분이 결혼을 하시면서 다 뗐다가 다시 붙였다고 한다. 물론 추가 비용은 발생한다.
 
(5) 클리피씨의 단점2: 잇병이 잘 난다
아무래도 입 안에 철사가 있다 보니 잇몸과 철사가 쓸리면서 잇병이 잘 난다.
근데 이것도 좀 하다 보면 익숙해지긴 한다. 병원에서 주는 왁스가 있는데 그걸 잘 붙이면 된다.
 
결과적으로 나는 클리피씨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에 굉장히 만족한다 :)
 
 

발치 vs 비발치

이건 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어느 병원을 선택하느냐와도 긴밀하게 연관된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어렸을 때 갔던 두 병원에서는 돌출입이므로 발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 교정을 하게 된 병원에서는 발치까지는 안 해도 된다, 발치하면 합죽이처럼 될 수 있다고 했다.
생니를 뽑는 것도 그렇고, 전체 교정 기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도 그렇고, 최종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사실 비전문가인 우리 입장에서는 판단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여러 병원의 말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비발치로 했는데 입이 만족한 만큼 들어갔다. 자세한 건 아래 사진 참조 :)
(참고로 사랑니는 4개가 다 났었고 교정 전에 다 뽑은 상태였다.)
 

 

비용과 기간

처음 상담했을 때는 1년 6개월 걸릴 거라고 했는데, 실제 교정 기간은 총 1년 10개월이었다.
주변의 교정인들과 비교해 보면 비발치라서 상당히 빨리 끝난 편이다.
비용은 정기진료비, 스크류 2개, 교정기, 유지장치(영구, 탈착) 다 합쳐서 500만 원 조금 안 되었다.
개인적으로 결과도 완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꽤나 저렴하게 한 거라고 생각한다.
 
 

고통

교정 하는 동안, 이 빠지는 꿈을 정말 자주 꿨다. 정확히는 이가 가루처럼 으스러지는 꿈... 그만큼 치과를 다녀오는 날이면 많이 아팠다.
초반에는 정말 이에 혓바닥만 닿아도 아프다. 뭔가를 씹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살이 빠진 건 아니었다. 나는 이가 아파서 잇몸으로 고기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이 고통도 몇 달 지나면 적응된다. 나중에는 점차 이가 많이 안 움직이면서 고통 자체가 줄어들기도 한다.
 
 

고무줄 착색

교정을 하다 보면 교정기에 투명 고무줄을 끼게 되는데, 어떤 거는 내가 혼자서 매일 꼈다 뺐다 하는 게 있고, 어떤 거는 병원에서 다음 진료 때까지 끼고 있으라고 하는 게 있다.
전자야 착색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뭔가를 먹을 때는 당연히 고무줄을 빼고 먹기 때문에 착색 걱정이 없다.
그런데 병원에서 끼워주는 고무줄이 있다. 이건 다음 진료 때까지 빼지도 못하고 끼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착색이 된다. 그래도 커피 정도는 괜찮다. 그런데 카레는 절대 안 된다. 병원에서도 너무 먹고 싶으면 병원 오기 전날 먹으라고 했다^^;;
 
 

스크류?!

이 전체를 밀어 넣거나 하려면 잇몸에 나사, 즉 스크류를 박는다. 말만 들으면 너무 소름 끼치지만 실상 해보면 별 거 아니다. 약간 피어싱 같은 개념.
스크류가 박혀 있다고 해서 아프거나 하진 않는다. 박을 때도 마취를 하기 때문에 괜찮다.
다만 스크류 주위에 양치질을 제대로 안 해주면 잇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간혹 스크류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스크류가 빠진 적은 없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교정을 한 지인 한 분은 구강구조로 인해 두 번이나 빠지셨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유지장치

사실 나는 교정하기 전에 유지장치를 영원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으면 '그럴거면 교정 왜 해?' 하며 안 했을지도? 근데 그래도 하는 걸 추천한다.
교정이 끝나도 유지장치를 사실상 영원히 해야 한다는 것은 팩트이다.
 
유지장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틀니처럼 탈착이 가능한 가철식 유지장치와 앞니 뒤쪽에 얇은 철사로 덧대는 반영구 고정식 유지장치이다.
나는 두 개 다했다.
 
가철식 유지장치는 처음 한 달 정도는 매일 끼고 있어야 한다. 와~ 교정 끝이다! 하기 무섭게 바로 유지장치^^
그런데 나중에는 잘 때만 착용해도 된다. 지금도 잘 때는 늘 착용한다.
너무 삶의 한 부분이 되어서 크게 불편함은 없다.
 
고정식 유지장치는 앞니 여섯 개 뒤에 얇은 철사를 붙이는 건데 이것도 초반에만 좀 신경 쓰이지 나중에는 의식도 안 된다.
나는 위아래 둘다 붙였다.
간혹 이게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나도 말린 고구마칩(딱딱!)을 먹다가 윗니 끝부분의 유지장치가 살짝 떨어져서 다시 붙였다ㅠㅠ
근데 평상시에는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
 

 

사진 후기

처음에는 비발치라는 게 좀 성에 안 찼는데, 막상 끝나고 보니 적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교정 효과도 꽤 컸다. 주변에서 "진짜 교정 잘 됐다"는 말만 계속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엄청 만족하고.
 

 
사진과 같이 교정 전에는 약간 뾰로통한 듯 보이는 돌출입이었는데 교정 후에는 코끝과 턱선을 연결했을 때 입술이 거의 튀어나오지 않는다.
아랫턱 라인도 S자처럼 바뀌었다.
 
더불어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치아 교정 시에는 의사분께 당당하게 내 의견 피력하는 게 좋다.
나도 교정 종료 직전에 윗니와 아랫니가 미묘하게 중심이 안 맞는 거 같아 말씀드렸더니 "어, 그러네요?" 하면서 중심을 맞춰주었다.
그외에도 유지장치가 잘 안 맞는다 말씀드렸더니 그것도 조정해주셨다.
 
비싼 돈 주고 하는 거고, 한 번 끝나면 돌이킬 수 없는 만큼 "만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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