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위스 유학 넋두리 (언어 실력, 대학 공부에 대해)

어느새 유학을 온 지 2년이 지났다.

언제나 생각이 많아지곤 하는 기말고사 기간을 맞이하여, 지난 2년간의 유학을 돌아본다.

 

유학은 생각한 것만큼 쉽지 않다.

정확히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어렵다...^^..

 

해외에 살면, 유학을 하면 언어가 늘까

스위스에 오기 전, 나는 나의 '뭔가 부족한 영어 실력'에 대해 한국 토박이라는 이유로 합리화를 하곤 했다.

그래서 유학을 오면 준원어민 급으로 언어가 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산다는 것만으로는 늘지 않는다.

국내에서처럼 책 펴고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뭐라도 배우려는 자세로 자꾸만 사람들과 부딪쳐야 한다.

그냥 passive한 삶 속에서는 실력이 전.혀. 향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친구인 다니엘 옆에 있을 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표현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머리를 쥐어짜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더구나 다니엘이 자연스러운 표현들을 알려주거나 잘못된 표현들을 알려줬기 때문에, 이때는 영어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나도 스스로 체감했다.

또 나의 ex-flatmates는 다들 말을 겁나게 빨리 해서 같이 대화하려면 정말 긴장 뽝!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영어가 늘었다.

그런데 또 환경이 바뀌니 긴장도 느슨해지면서 영어 실력도 느슨해졌다...

 

독일어 역시 마찬가지.

취리히가 독일어권 도시라 독일어가 곳곳에서 사용되는 것은 맞지만, 내가 여기 산다는 이유만으로 독일어가 늘지는 않는다.

 

다만 2년 전에 지인에게 영어로 보냈던 보이스 메시지를 다시 들어봤는데, 그때보다 억양은 덜해진 것 같긴 하다.

 

 

대학교 공부는 얼마나 어려울까

막연히 '힘들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더 힘들다.

다른 포스팅에 적겠지만, 일단 국내 대학과 비교해서 학업량도 더 많고, 공부 방법도 다르고, 평가도 더 엄격하다.

 

그리고 첫 학기, 혹은 첫 1년에는 외국어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큰 장애물이다.

영어로 된 ppt를 보며 영어로 교수님이 말하는 것을 들을 때, 한국어처럼 듣는 순간, 읽는 순간 100% 머리에 흡수되지 않는다.

 

사실 여기서 영어로 대학 수업을 들으며 왜 Toefl 시험이 그렇게 나왔는지 이해하게 되었다..ㅎㅎ...

수능 지문은 미니미니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거의 양도 난이도도 몇 배, 몇 십배 되는 콘텐츠에 대해 직독직해하는 훈련이 좀 필요하다.

 

이렇게 익숙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강의 자료를 번역해서 읽기도 하곤 했다.

 

그런데 다른 블로거분들의 글을 읽어봐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식으로 한국어에 의존해서 공부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시간이 두세 배 걸리더라도 계속해서 영어로 공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1학기, 혹은 1년이 지난 후에는 어느새 익숙해져 있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다.

 

 

예비/신입 유학생분들을 위한 조언

일단, 첫 학기, 첫 1년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이 시간은 무언가를 배우기보다 '배우는 법을 배우는 데'에 목표를 두자.

최소 학점만 들으면서 학습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성적도 생각보다 안 나올 수 있고, 심지어는 시험도 치기 전에 수많은 좌절감이 들 수도 있는데, 너무 자기에게 각박하게 굴지 말자.

이미 이 학교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잘하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1학기, 1년만 지나면 더 잘할 거니까. 이거는 정말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한국에서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유학생이고 현지에 오기 전 뭔가 언어 준비를 하고 싶다면,

코세라 등을 통해 외국어로 된 대학 강의들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를 통해 자신이 배울 내용에 대해 익숙해지고 전문 어휘들도 익히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