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일 베를린에 다녀올 일이 있어 독일 베를린발 취리히행 기차를 타게 됐다.

내가 탄 기차는 DB에서 운행하는 기차였는데, 야간기차라서 상당히 저렴하게 예매했다.
 

 

내가 탄 기차의 표. 가격은 39.9유로이고, 보는 것과 같이 소요시간이 12시간이 넘는다^^;;

그래도 '어차피 자는 시간이니까 상관 없어'하는 마음으로 상관있어도 다른 방법 없다 비행기 너무 비싸다 예매를 했다.

 

어차피 심야 기차라 자리가 널널할 것 같아 좌석은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

좌석을 미지정할 경우 예약되지 않은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팁은 기차 탑승시간 30분 전에는 미리 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너무 중요한 점!! 표에 나와 있는 Gleis(플랫폼)는 그냥 참고용이다.

반드시 기차역에 도착하면 전광판(?)에서 탑승 플랫폼을 재확인해야 한다.

나 역시 처음 Gleis 4로 갔는데 어디를 봐도 Zurich라는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느낌이 쎄해서 다시 올라가 전광판을 찾아봤더니 Gleis 1로 탑승구가 바껴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기차에 탑승하니 놀랍게도 내가 그토록 타고 싶어했던 칸형(?) 기차였다!!

 

 

이렇게 한 칸마다 6개의 좌석이 마주보게 놓여 있고 좌석 위에 짐도 올릴 수 있다. (24인치 캐리어도 거뜬히 올라간다)

여기부터 초큼 설레기 시작하며 기분이 눈누난나 좋아졌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콘센트도 2개가 있어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충전할 수도 있다.

창가 자리는 간이 책상도 있어 나는 노트북 작업도 좀 할 수 있었다.

 

 

또 이렇게 칸마다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커튼을 칠 수도 있다 :)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점점 사람들이 같은 칸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내 앞에도 옆에도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10시쯤 되어 가니 사람들이 하나둘 자기 시작했고, 같은 칸 승객 중 한 사람이 불을 꺼도 되냐고 하며 방불을 끄며 본격 수면타임이 시작됐다. (참고로 비행기처럼 각 좌석마다 불을 따로 킬 수 있다)

 

처음에는 창가자리를 앉은 것에 흡족했지만, 슬프게도 내 앞에도 옆에도 사람이 있다보니 나는 그 어디로도 다리를 뻗지 못했다.

예를 들어 내 앞사람은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옆으로 누워서 잤고, 내 옆사람은 앞자리에 사람 상체만 누워 있다 보니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칸에서 내가 제일 불편한 자세로 갔다...^^

 

해리포터를 재평가하게 됐다...
앞에 사람이 없으면 괜찮지만 있으면, 그게 아니라면 12시간 탑승은 무릎이 정말 아프다.

그나마 바젤쯤 가니 사람들이 다 내려서 2시간 정도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기차에서 과제를 좀 하려고 했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와이파이 왜 안 됨..?

모든 독일 기차가 와이파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분명히 다른 기차를 탔을 때는 와이파이가 됐었다.

그런데 이 기차는 와이파이가 전.혀. 터지지 않았다.

스위스라면 상관 없지만 운행 대부분이 독일을 지나오기 때문에 로밍 부담으로 데이터도 함부러 사용 못한다.

결국 기차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12시간 내내 잠만 잤다.

 

나는 혼자라서 좀 애매했지만, 서너 명 이상의 지인들과 함께라면 한 칸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찌뿌둥했지만 베를린-취리히 기차는 추천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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