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위스에 도착했을 때 역시 WOKO에서 운영하는 학생숙소에 들어갔었다.
월 460프랑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걸맞게 좀 오래된 건물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 세면대도 있었고 공용주방에 모든 요리도구들이 넉넉히 갖춰져 있었고 공용샤워실도 남녀 따로 사용하는데 여학생이 나 포함 3명 밖에 없어서 꽤 마음에 들었다.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면 너무 어둡다는 거? 노란 작은 전구가 입구 옆에만 붙어 있어서 책상이 있는 방 안쪽은 스탠드를 켜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건 의외로 다른 학생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럴 때 보면 I가 분명하다)
한 층은 총 2개의 플랫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플랫마다 12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플랫은 중국인이 좀 많았다. 중국인 4명, 독일인 2명, 파키스탄 1명, 이란 1명, 헝가리 1명 그리고 나였다. (나머지는 방학이라 비어 있었다)
 
공용세탁실과 건조실은 0층에 있다.
세탁기는 각자 충전한 카드키를 이용해 사용하는 방식이고, 네다섯대 정도의 세탁기가 있는데 다 차서 기다려본 적은 없었다.
바로 옆 건조실에는 건조기가 주기적으로 가동되어 하루 정도면 웬만한 옷들은 다 마른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위생' 문제였다.
난 정말 한국에서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학생숙소는 정말 '더럽다'라는 말보다 '불결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공용공간이 좀 지저분했다.
처음에는 주방의 공용 그릇이나 수저도 사용하기가 좀 껄끄러웠다.
다 먹었으면 바로 좀 치우면 좋겠는데 몇 시간 동안 설거지거리를 싱크대에 두기도 했고, 싱크대는 틈만 나면 음식물로 막혔다.
냉장고도 내 칸이 따로 구별되어 있긴 하지만, 다른 칸을 보면 여러 음식들이 뒤엉켜 있는 게 좀 그랬다.
그래서 하루 날 잡아서 주방을 어느 정도 청소하고 그룹챗에 '우리의 건강을 위해 주방은 좀 깨끗이 유지하면 어떨까...'라고 소심하게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건물은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시는 분이 와서 전체 공용구역(계단 등)은 청소해주지만, 각 플랫은 플랫원들이 나누어 청소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각자의 청소 구역(duty)을 나누는데 다들 미루다 미루다 적당히 하는 분위기인 듯 했다. (나만 열심히 한다...)
 
 
그리고 단기계약이 마쳐지면서 다른 학생숙소로 옮겼는데, 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전 숙소가 그리워졌다.
여기는 아예 위생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얘들아 제발...)
 
일단 주방 바닥은 온갖 먼지와 음식물 부스러기들이 굴러다녔고, 구석에는 1미터가 넘는 상자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고, 테이블에는 온갖 빈 술병들과 누구것인지 모르는 오래된 식재료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는 수십 개의 신발이 뒤엉켜 있었고 화장실 세면대에는 먼지들과 예닐곱 개의 휴지심이 쌓여 있었다. (버리면 안 되는 거니?)
 
또 충격적인 것은 그 어디에도 난방기기가 없다...! (지금도 보온물주머니를 품에 안고 포스팅을 작성중이다)
그럼에도 여기는 월 558프랑이다. 건물이 신식이어서 그런 것 같다. (여기는 엘레베이터도 있다)

학생숙소 건물 외관
학생숙소 공용주방
학생숙소 공용샤워실

 

이곳 역시 10명 정도가 한 플랫을 나눠서 사용한다.

공용화장실은 변기+세면대만 있는 화장실 3개, 샤워기+세면대가 있는 욕실 2개가 있다.

생각보다 깨끗한데?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진은 대청소 후에 찍은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어둡게 해놓고 찍었다..^^ (대청소 사건은 따로 포스팅할 예정)

 

여기 역시 청소는 각 플랫이 알아서이고 청소 구역이 정해져 있지만 제때 하는 애들은 많지 않다.... 
한국인의 위생관념과 유럽인들의 위생관념은 아쉽게도 크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약간 포기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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