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대학 데이터사이언스 석사 유학 첫학기 개강 1개월차 후기

나는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에서 데이터사이언스 석사 유학중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미이수한 선수과목들인 Informatics 학사수업들만 듣고 있다.

원래 개강하자마자 '이건 도저히 글을 안 적고 못 참겠다' 싶어서 적었는데 너무 멘붕이 심하게 와서 글 정리 못하다가 이제야 정리돼서 올리는 글이다.

 

 

1주차

진짜 힘들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힘들다. 뭐가 뭔지 도대체 하나도 모르겠다.
알아서 하라는 게 너무 많아서, 데헷 ;)

일단 제일 힘든 건 언어인 듯하다.
근데 단순한 영어 실력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일단 내가 좋아하고 좀 아는 분야는 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근데 좀 모르고 솔직히 관심 없는 분야다? 그러면 분명 단어 하나하나는 아는 것 같은데 ㅇㅅㅇ... 이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게 (영어 실력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전공용어를 모르다 보니 생기는 문제인 듯하다.

그래서 맘 같아서 속 편하게 한국어 자료 찾아서 공부하고 싶은데 그게 능사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Software Engineering Lab을 듣게 됐는데, 한 학기 동안 5명이서 팀을 꾸려 웹앱을 만드는 수업이다.

근데 이게 뭐 가르쳐주는 것도 없이 튜토리얼 동영상(Java, JSP, React, Spring 등)만 몇 개 올려놓고 당장 3주만에 사이트 만드는 과제를 제출하라 한다.

심지어 과제 제출로 끝이 아니라 이후에 개인 인터뷰 평가가 있는데 이걸 통과 못하면 더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즉, 이미 만들어진 팀원들한테 피해까지 간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ㅜㅜ

솔직히 30학점 권장 중 24학점만 듣는데도 이렇게 멘붕인데 앞으로 목표학기 안에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너무 크다.
'처음이라 그러겠지'라며 스스로 위안을 해보려해도 밀려오는 자괴감은 어쩔 수 없다.

 

2주차

형체를 모를 때는 너무 크게 느껴졌는데, 실상을 알고 나니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낫다.

왠지 이 정도면 그래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소프트웨어랩 과제를 어떻게 잘 끝낸다면 말이다.
제발 개인 시험만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라고 있다. 팀플 과제는 내가 나중에 밤새워서라도 해결할테니까 시험만 통과시켜줘ㅜㅜ

그리고 웃긴 말이지만, 과제를 하면서 참고하려고 한국어로 된 영상을 찾아봤는데, 한국어임에도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 못하겠더라 ㅋㅋㅋ

그러면서 든 생각은 '아, 영어를 못해서 못 알아먹는 건 아니었네 :)'... 긍정적인 마음이라도 잃지 말아야지 ㅎㅎ...

 

 

3주차

팀원들과 같이 모여 소프트웨어랩 과제를 했다. 이 과제가 나한테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게 조금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너무 갈 길이 멀어 거의 4일인가를 다른 수업들도 빼먹고 이 과제를 해야 했다...
그래도 너무너무 감사한 건 팀원들을 잘 만났다. 다들 양심적으로, 이상적으로 책임감 있게 한다.

엄청 적극적이지 않고 (여기서 엄청 적극적이라는 건 같이 팀플해기 좀 부담스러운..^^;;) 적당히 통과하려는 목표를 가진 것도 좋다 ㅎㅎㅎ
그리고 불쌍한 나를 도와주려고 한 그 손길도 고마울 따름이다.
과제 제출일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만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는데 다들 이렇게 저렇게 도와줘서 결국 마지막에 잘 제출했다.
이 과제하느라 수업 빼먹은 거 따라갈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과제 하나 끝났다고 삶이 윤택해졌다.

 

 

4주차

소프트웨어랩 시험을 봤는데 솔직히 좀 말아먹었다...

'그래도 설마 떨어트리겠어?' 라는 마음으로 버텨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바쁘진 않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놓치고 있는 과제들이 있었다... ㅎ...

 

스마트폰 달력에 여러 학사 일정들을 등록하고 있는데, 달력이 아주 휘황찬란하다.

막 못 견딜 만큼의 분량은 아닌데,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하고 넘어가긴 힘들다.

내가 학생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한국에서 학부할 때는 이렇게 공부 안 해도 됐는데...ㅠㅠ 여기는 학부생들도 다 이렇게 공부한다.

 

라떼는말야 나 때는 시험기간에만 공부하고 나머지는 그냥 적당히 과제하고 수업시간에 좀만 집중해서 들어도 그냥 에이쁠 받았는데, 여기는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썰물에 쓸려나가듯이 아웃이다.

그래서 친구들도 평일 저녁에도, 휴일에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공부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세다면 여기는 학구열이 센 거 같다.

 

추가) 오늘 오후에 메일을 받았는데, 소프트웨어랩 개인 평가를 통과했다고 한다. 감사합니다ㅠㅠ..